언제부터인가 시라이 쿠로코와 만나는 일이 줄어들었다.
겨우 만나도 그것은 기숙사의 방에서만, 그나마도 제대로 이야기 하지 못한다.
그녀와 룸메이트가 아니였다면 아예 얼굴을 보는것도 할수 없었을 정도로, 시라이 쿠로코와의 보내는 시간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전에도 한번 저지먼트의 일로 바빠 이런 적이 있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사카 미코토는 이 상황을 '이상하다'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일부러 저지먼트의 지부에 찾아가도 그때마다 타이밍 나쁘게 시라이 쿠로코와는 엇갈린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반에 찾아가봐도 언제나 어디론가 사라져있다.
기숙사 방에는 일부러 자신을 피하는듯이 자신이 잠든 뒤에 들어오거나 먼저 들어와서 잠들어있다.
언제 한번 잠을 안자고 기다려봤더니 그 날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늘 하던 변태 짓도 사라졌다.
…만나는 시간이 없으니 당연한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맨 처음간의 며칠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아이의 변태짓이 사라져서인지 마냥 신나만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하게 되었다.
이상하다.
라고.
무엇이 이상한건지 물어도 속 시원히 답해줄수가 없다.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저 막연하게 무언가가 이상하다고, 잘못되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어째서인지 이유도 없이 불안하고,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
그리고, 어느날.
언제나와 같았던 하루.
자신은 그 삐죽머리 소년을 발견해서 승부를 청하고, 소년은 도망가는 언제나와 같은 일상.
가슴 한켠에서 이건 아니라고, 무언가가 잘못되어있다고, 어서 빨리, 늦어버리기 전에 되돌려야한다고.
그렇게 외치는것을 무시하며 애써 보내고 있던 일상 속에서, 미사카 미코토는 보았다.
"그.러.니.까─! 어째서 제가 당신과 함께 여기서 악세사리 같은걸 보고 있어아 하는거냐고 묻고있는거에요, 저는!"
그렇게 짜증내듯이 외치면서도, 즐겁다는듯이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우고 있는 시라이 쿠로코와─
"그거야, 내가 이 악세사리중에서 쿠로코 양의 마음에 드는 것을 선물해줄 생각이니까 그렇겠지? "
─그런 쿠로코의 옆에 당연하다는듯이 서서 능글맞은 미소를 띄우고 있는 한 소녀를.
"…틀렸어, 말이 안통해. 라고할까, 멋대로 제 이름 부르지 말아달라고 몇번이나 말씀 드리지 않았나요? 쇼쿠호 씨"
그렇게 말하고서 쿠로코는 어이없다는듯한 한숨을 흘리며 이마를 짚었다.
그런 쿠로코의 반응을 즐기듯이 소녀─제 5위의 레벨 5, 쇼쿠호 미사키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나를 미사키라고 불러도 괜찮다고 쿠로코 양에게 몇번이나 이야기 했잖아? 내가 이름으로 부르는게 마음에 안든다면 쿠로코 양도 날 이름으로 부르면 된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아? 쿠로코 양."
"생각하지 않아요. ……하아. 됐어, 이제 포기했어요. 절 이름으로 부르든 뭐라고 부르든 여왕님의 마음대로 하세요. 항복이니까."
"정말?!"
"…왜그렇게 놀라시는건가요? 그게 당신이 원했던거잖아요? 다만 '양'만은 붙이지 말아줬으면 하지만요."
"그거야 그렇지만─"
살짝 얼굴을 붉힌체로 생각에 잠겨든 쇼쿠호 미사키를 보고, 시라이 쿠로코는 웃었다.
포기한듯한, 애달픈듯한, 그리고 그리워하는듯한, 그런 웃음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 미소에서는 후련하다는듯한, 기뻐하는듯한, 행복하다는 듯한 느낌 역시 받을수있어서….
적어도, 자신은 처음 보는 시라이 쿠로코의 그 미소에 미사카 미코토는 온 몸이 얼어붙는것 같은 감각을 느껴야 했다.
당장이라도 저 두사람에 달려가려했던 몸이 꼼짝도 하지를 않는다.
쇼쿠호에게 가서 내 후배에게 뭘 하고 있냐고 물으려 했던 입은 닫힌체 열린 생각을 하지않는다.
마치, 자신의 시간만 멈춰버린듯한 느낌이였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쿠로코 짱이라고 부르겠어!"
"어째서?!!"
그런식으로 화기애애하게 떠들며 웃고 있는 쿠로코를, 미사카 미코토는 그저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이 사정없이 구겨져있었다..
──늦었어.
이제 무슨 짓을 해도 절대로.
너의 그 '일상'은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아.
……마음 속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고 사라진듯한 느낌이 들었다.